
오크리지 9204호 지하의 포식자: 베타 결손의 실체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밀 해제 문서 중에는 핵물리학자들이 '베타 결손(Beta Deficit)'이라 부르는 지워지지 않은 공백이 존재한다. 1944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Y-12 국립안보단지에서는 히로시마 폭탄에 쓰일 고농축 우라늄을 정제하기 위해 1,152대의 칼루트론 분리기를 쉼 없이 가동했다. 종전 직전 집계된 수지 분석표(MD-402 양식)에 기록된 유실량은 정확히 4.12킬로그램. 육군성은 이를 단순한 세척 배관 내 잔류물로 종결지었다. 그러나 2019년 10월, 에너지부의 잔류물 정화 전산망에 실수로 업로드되었다가 48시간 만에 영구 삭제된 1945년 8월 14일 자 엔지니어의 자필 각서는 전혀 다른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4번 트랙의 생성물은 세척조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은 9204-1 빌딩 바닥 균열을 타고 지하 집수정으로 스며들었다. 비활성 물질이 아니다. 배수관의 슬러지를 흡수해 질량을 불리고 있다. 정압에 반응하지 않아 펌프로 퍼올리는 것이 불가능함. 납-비스무트 합금으로 벌크헤드를 18인치 두께로 밀폐했다. 시추하지 말 것. 환기하지 말 것. 그것은 주변의 열을 스스로 끌어당긴다." 유출된 메모와 함께 첨부된 단 한 장의 흐릿한 사진 속에는 맨해튼 공병단 인장이 찍힌 봉인문 아래, 중력을 거스르고 콘크리트 벽을 타고 '거꾸로 기어오르는' 은백색 슬러리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2021년 늦가을, 방사선 보건물리학자 엘리스 번스는 냉전기 지하 구조물에 시멘트 그라우트를 주입해 영구 매립하는 사전 조사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의 임무는 칼루트론 건물 철거지 지하 25미터 아래를 지나는 배관 갱도, 이른바 파이프 갤러리의 감마선 수치를 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이었다. 70년 동안 묵은 석회 가루와 젖은 납 부스러기 냄새, 그리고 혀 밑에 동전을 물고 있는 듯한 비릿한 금속성 맛이 방독면 필터를 뚫고 폐포를 찔렀다. 탐지 장비를 메고 전진하던 번스의 발걸음은 도면에 존재하지 않는 맹암거 끝자락, 강철 밀폐 해치 'S-4-B' 앞에서 멈춰 섰다. 직경 1인치의 육각 볼트 8개 중 하단부 2개가 바깥쪽을 향해 찢겨 나가듯 부러져 있었다. 내부에서 발생한 막대한 유압에 밀려 터져 나간 형상이었다.

격실 내부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번스는 황동 정으로 해치 표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타격음은 울리지 않았다. 둔탁한 쇳소리는 정확히 3초가 지난 뒤에야, 문이 아닌 번스가 딛고 선 콘크리트 바닥 밑바닥에서 무겁게 스며 올라왔다. 기이한 엇박자에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검사용 플러그를 반 바퀴 풀었을 때, 틈새에서는 갇혀 있던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대신 바깥 공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는 강력한 부압이 발생했다. 하지만 풍속계의 수치는 미동도 없이 0을 가리켰다. 허공이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온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섭씨 18도였던 갱도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번스의 안면 바이저에 맺힌 수분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해치의 틈새를 향해 나뭇가지 모양의 서리 바늘을 뻗었다.
번스는 방사선 계측기의 섬광 검출봉을 얼어붙은 틈새로 밀어 넣었다. 계측기 액정의 분당 계측수(cpm)는 자연 방사선 배경값인 12에서 폭발적으로 치솟는 대신, 비현실적인 숫자 '0'으로 떨어졌다. 기계의 고장이 아니었다. 회로의 내부 저항마저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문 너머의 무언가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 본연의 미세한 배경 방사능까지 전부 흡수하여 지워버리고 있었다.
그라우트 주입 시 일어날 지하 증기 폭발을 막으려면 차단벽의 상태를 반드시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다. 번스가 렌치로 상단의 남은 볼트를 마저 푼 순간, 수백 킬로그램의 철제 해치는 앞으로 넘어지지 않았다. 바닥 콘크리트 틈새 속으로, 마치 무언가에 집어삼켜지듯 아래로 수직 낙하해 꺼져버렸다. 동시에 공간을 짓누르던 부압이 역류하며 악취를 머금은 끈적한 유체가 터져 나왔다. 물이 아니었다. 1945년부터 집수정에 고여 있던 고농도 질산우라닐과 액화된 납 차폐재, 중유가 엉겨 붙은 질척한 슬러리였다. 유체는 순식간에 갱도 바닥을 채우며 번스의 허벅지 높이까지 차올랐다.

액체는 배수구를 향해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것은 표면장력을 비웃듯 벽체의 주름을 타고 핏줄처럼 붉고 푸른 광택을 번뜩이며 수직으로 솟구쳤다. 턱뼈와 치아 속 아말감 충전재가 뒤틀리며 날카로운 통증이 뇌관을 때렸다. 바닥을 응시하던 번스는 자신의 발목을 감싸 쥔 것이 단순한 액체가 아님을 깨달았다. 투명하고 끈적한 호박빛 우라늄 액화물 속에 무언가가 떠 있었다. 삭아버린 작업화 가죽 밑창, 부식된 황동 신분증, 그리고 1940년대의 두꺼운 방진복 조각이 엉겨 붙어 백골화된 두 구의 인간 유골이었다. 슬러리는 유골의 관절을 뒤틀며 번스의 가슴에 달린 리튬 배터리 팩을 향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묵직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피할 틈도 없이 유체의 굵은 줄기 하나가 번스의 왼쪽 정강이를 후려쳤다. 물리적인 충격은 없었다. 대신 눈이 멀 것 같은 푸른빛의 체렌코프 방사광이 그의 살갗과 가죽 장화를 투시하며 뼈마디의 음영을 사방 벽면에 적나라하게 비췄다. 끔찍한 열기였다. 불이 붙은 것이 아니라, 극초단파 감마선과 베타선이 세포 단위의 결합을 찰나에 분쇄하며 뼈를 태우는 감각이었다. 숨이 턱 막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쥐고 있던 지표투과 레이다의 모서리로 자신의 다리를 휘감은 초고밀도의 질량을 미친 듯이 찍어 눌렀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저항감과 함께 간신히 다리를 빼낸 번스는 비상 탈출 사다리로 몸을 던졌다. 찢겨 나간 작업화와 방호복 바짓단은 이미 슬러지 속으로 녹아내려 흔적도 없었다. 왼쪽 다리는 감각이 완전히 소멸하여 차가운 고깃덩어리처럼 허공에 덜렁거렸다. 상부 갱도의 철제 맨홀을 열고 기어 나온 그는 젖먹던 힘을 다해 뚜껑을 덮쳤다. 쾅- 하고 강철 덮개가 닫히는 마찰음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맨홀 밑바닥에서 무겁고 축축한 무언가가 철판을 사납게 들이받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이 사고는 어떤 공식 환경 복원 보고서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에너지부 현장 관리청은 해당 구역에 "예상치 못한 지하수 유입 및 연약지반 붕괴 위험"이라는 명목의 간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서른여섯 시간 만에 지상 펌프카를 동원해 3천 톤의 초속경 팽창 콘크리트를 갱도 전체에 들이부어 밀폐했다. 번스의 방사선 취급 면허는 조용히 말소되었다. 그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해군 비밀 병동으로 이송되어 '중증 화학 부식 화상' 환자로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의사들이 끝내 보여주지 않은 번스의 의료 기록철에는 괴이한 소견이 적혀 있었다. 그의 왼쪽 경골은 골절되거나 썩지 않았다. 미지의 동위원소 치환 작용으로 인해 칼슘이 완벽히 빠져나가 극도로 미세한 다공성 유리 구조로 변해 있었다. 괴사도 일어나지 않았고 새살이 돋지도 않았다. 그 다리는 실내 온도가 몇 도이든 상관없이, 언제나 정확히 섭씨 6.6도의 얼음장 같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오크리지에서 동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녹스빌의 단층 아파트. 번스는 복도 수납장 위에 회수하지 못한 구형 루들럼 계측기를 올려두고 살아가고 있다. 메인 전원은 영구히 꺼져 있다. 그러나 전시(戰時)의 칼루트론 교대 근무 시간이었던 매일 새벽 2시 15분이 되면 계측기 스피커는 침묵을 깬다. 방사선 감지음인 불규칙한 파열음(Click) 대신 낮고 팽팽한 단일 주파수의 전자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계측기의 배터리 바늘은 2시 18분이 될 때까지, 방 안의 차갑고 어두운 공기를 연료 삼아 조금씩 거꾸로 충전된다.

[ CLASSIFIED VERDICT ]
[접근 로그 - 원본 출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이었던 테네시주 오크리지 Y-12 공장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우라늄 계량 오차 및 고농축 방사성 물질 분실 기록을 모티브로 합니다. 당시 수십 년간 지하 집수정과 배관망에 축적된 유독성 방사능 폐기물의 누출 사고와 이를 은폐하려던 냉전기 미 정부의 비밀주의 도시전설을 결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