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컨 운하의 활주흔
알래스카 주 경찰 사건 보고서 제21-8842호에는 기이한 기록이 하나 남아 있다. 2021년 11월 14일, 피터스버그 남쪽 던컨 운하의 갯벌에서 베테랑 게잡이 어부 데니스 베인의 18피트 소형 보트가 발견되었다. 선외기 엔진은 빙하 침전물을 빨아들여 완전히 타붙어 있었고, 주노 해안경비대에 수신된 세 차례의 초단파 무전 중 마지막 기록은 오후 4시 32분이었다. 무전기 너머에서는 사람의 목소리 대신 마이크에 바짝 밀착된 축축한 헐떡임이 이어졌고, 곧이어 비상 엔진 정지 스위치가 딸깍하고 뽑히는 금속음만이 울렸다. 캐빈 안에는 접힌 방한 생존 슈트가 그대로 놓여 있었지만, 갯벌 위에는 맨발 자국과 함께 발톱 자국이 전혀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기어간 2.5미터 너비의 평행한 활주흔이 밀물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실종 3주 뒤, 나는 베인이 설치했던 음향 기록 장치를 회수하기 위해 대조기 썰물에 맞춰 던컨 운하로 들어갔다. 던컨 운하는 얼음장 같은 빙하 실트가 깔린 침식 피오르드였다. 겉보기엔 단단한 땅처럼 보이지만 발을 딛는 순간 비뉴턴 유체처럼 액화되는 진흙과 섭씨 0.5도의 수온은 단 4분 만에 인체를 무력화시킨다. 진흙에 박힌 베인의 보트 갑판에 올라섰을 때, 미간이 굳어졌다. 베이트 통에 있어야 할 열여섯 마리의 던지네스 게가 등껍질만 정교하게 반으로 갈라진 채 조타석 의자를 중심으로 완벽한 원형을 이루며 놓여 있었다. 게살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고, 보트의 비상 호른만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조사 구역의 부표를 향해 갯벌을 걸어 들어갈수록 주변의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피오르드의 거대한 암벽은 응당 날카로운 반향음을 튕겨내야 했지만, 신호총을 쏘아 올렸을 때 퍼져나간 소리는 젖은 솜에 파묻히듯 즉각 사그라들었다. 공기 자체가 진동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귓바퀴를 타고 번지는 기괴한 정적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실트 위에 깊게 파인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북미수달의 미끄럼 흔적과 흡사했으나 보폭이 2미터를 훌쩍 넘었다. 모래톱 능선에 이르러 꼬리가 끌린 자국이 뚝 끊기더니, 다섯 갈래의 발자국은 물갈퀴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난 채 뒤꿈치가 깊게 파인 두 발 직립 보행의 형태로 변해 있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고주파의 금속성 굉음이 고막을 찔렀다. 베인의 보트에서 사라졌던 비상 호른 소리였다. 짧은 경고음이 아니었다. 한 번도 끊기지 않고 2분 넘게 이어지는 그 폐부의 울림은 어떤 포유류도 가질 수 없는 비정상적인 폐활량이었다.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거스르며 짙은 안개가 내 쪽으로 역류해 밀려들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섞인 구리 냄새와 썩어가는 다시마, 그리고 정체불명의 동물성 사향이 목구멍을 턱 막히게 했다.
퇴로를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본 순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밀물이 조용히 차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시속 1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밀려드는 거대한 보어 타이드가 이미 보트와의 연결 통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진흙섬은 초단위로 가라앉고 있었다. 거품을 일으키는 흑회색 바닷물 저편, 50미터 전방에서 물살을 가르며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젖은 검은 털로 뒤덮인, 2.5미터가 넘는 유선형의 육중한 근육 덩어리였다.
그것은 네 발로 달리는 짐승의 질주와 상체를 웅크린 인간의 보행 사이를 물 흐르듯 기괴하게 전환하며 다가왔다. 녀석이 고개를 쳐들었을 때, 눈앞의 형체를 뇌가 인식하기를 거부했다. 수달 특유의 납작한 두개골이 아니었다. 매끄럽고 검은 가죽 아래로 드러난 뼈대는 정수리가 높고 둥근, 명백한 인간의 두개골 형태를 띠고 있었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암흑만을 빨아들이는 안와 속에는 흰자위도 동공도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은 포효하지 않았다. 턱을 덜덜 떨며 입을 벌리더니, 20분 전 내가 무전기에 대고 테스트했던 목소리를 그대로 토해냈다. “조사 2팀, 감도 체크, 양호하다.” 억양과 떨림, 숨을 들이쉬는 간격까지 내 목소리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놈은 그 말을 뱉어내며 수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흙탕물 속에서 뻗어 나온 육중한 앞다리가 내 왼쪽 종아리를 낚아챘다. 뼈를 부스러뜨릴 듯한 악력이 네오프렌 웨이더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다리에 닿는 감촉은 맹수의 발톱이 아니었다. 마디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난 인간의 손가락 다섯 개가 두껍고 뭉툭한 손톱으로 내 다리를 쥐어틀고 있었다. 얼어붙을 듯한 진흙탕 속으로 하반신이 빨려 들어갔다. 숨이 턱 막히는 공포 속에서 허리춤의 스테인리스 퇴적물 채취용 송곳을 뽑아 수면 아래를 향해 닥치는 대로 내리꽂았다. 단단하고 질긴 연골을 꿰뚫는 둔탁한 감각이 손목에 전해졌다.
수면 아래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짐승의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소금물을 들이켜며 질식해 가는 성인 남성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다리를 옭아매던 악력이 순간 느슨해졌다. 진흙섬이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구조용 보트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붙잡고 기어올랐다.
병원으로 후송된 후 확인한 왼쪽 종아리뼈는 분쇄 골절된 상태였다. 찢겨 나간 웨이더 부츠의 뒤꿈치는 예리한 육식동물의 열육치에 의해 칼로 자른 듯 매끄럽게 잘려 있었다. 베인의 부표에서 건져 올린 수중 음향 기록 장치는 완전히 망가지기 전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12시간 동안의 완벽한 암소음 끝에 이어진 4분 분량의 녹음본에는 얼어붙은 진흙 속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 기록계에 찍힌 당시 주변 수온은 섭씨 영하 20도였으나, 물은 얼지 않은 상태였다.

데니스 베인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주노의 아파트에서 요양을 시작한 지 두 달째 되던 날부터, 발신자 제한 번호로 3초짜리 음성 메시지가 불시에 수신되기 시작했다. 메시지에는 언제나 선외기 엔진 킬 스위치가 딸깍하고 뽑히는 금속음이 흐르고, 그 뒤로 짙은 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한 내 목소리가 희미하게 재생된다.
“조사 2팀…… 양호하다.”

[ CLASSIFIED VERDICT ]
[접근 로그 - 원본 출처]
알래스카 남동부 링깃(Tlingit) 인디언 원주민 전승에 등장하는 수달 형태의 변신 괴물 '쿠슈타카(Kushtaka)'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입니다. 전설 속 쿠슈타카는 차가운 바다와 진흙 갯벌에서 조난당한 이들의 목소리나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들을 물속으로 유인해 익사시키고 영혼을 빼앗는 존재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