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속의 속삭임
소리 없이 흘러가는 청계천의 물을 따라 걸으며, 그는 십 분 전부터 허리띠에 걸어놓았던 녹음기를 켜두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는 만큼, 더 이상 호흡을 고르지도 않는 관행이었다. 도시는 밤이 되어도 여전히 밝았지만, 개천 화원에 들어서면서 도심의 소음은 바람에 날아갔다. 푸른 빛의 가로등 아래, 그는 뿌연 안개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몇 미터 걷지도 않았을 때, 물이 흐르는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 소리는 천천히 사라지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마치 멀리서는 잘 들리지 않는 비밀스러운 대화마냥. 순간, 발밑의 자갈이 불쾌하게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곳에만 존재할 수 없는 소리들. 전파라도 타고 온 듯 굵고 짙은 공기 속에 가라앉았다. 등을 골절을 일으킬 것처럼 태우고 지나가는 왠지 모르게 더운 바람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뭔가를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줄기의 상황을 확인하려던 찰나, 그는 자신의 그림자가 물살 위에 안 뜨는 걸 보았다. 의식하자 갑자기, 그림자가 오히려 그를 향해 다가오는 걸 인식했다. 물건으로 가려질 수 없는 이질적인 형상조차 얄미운 그 자체가 물결을 따라 손을 뻗는다. 그의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무게감이 없는 손놀림이지만, 차가운 물기운이 온몸을 타고 올라 붕괴될 것 같은 양술로 그를 끌어당겼다. 절박한 공포로 응축된 무력감에 속수무책으로 대치했다.

용자를 향해 몸을 돌렸다. 온도 변화에 따라 사지가 둔하고 몸은 무거웠다. 허둥지둥 막막한 몸이 그를 밀어붙였다. 몰아치는 무언가가 뒤에서 닥치지만 그게 무엇일 수 없다. 오리무중의 그림자는 물길로 가라앉으려는 듯 무시무시하게 그를 따라왔다. 시야의 중심은 사라지기 전 다시 돌아온 거리감 없는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정신없는 몸을 들어 올려졌다.

돌아오는 길, 녹음기에서 끊기지 않은 청계천의 물소리가 다시 드러났다. 천천히 볼륨을 높이다보면, 일그러진 음파 속에서 그가 녹음기에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익숙한 목소리가 물살을 따라 치솟았다. 안에 있는 진정한 괴물이 바로 녹음기 속의 나임을 깨닫는 듯,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 CLASSIFIED VERDI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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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서울의 유명한 하천으로, 밤이 되면 배경 소음이 줄어들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계천 의전과 함께 괴소리와 미스터리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