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목욕탕의 세신
한적한 지방 소도시에 자리했던 정동목욕탕은 20여 년간 버려진 채 굳게 닫혀 있다. 1990년대 후반 돌연 영업을 중단했을 당시, 공식적인 폐쇄 이유는 '손님 감소'였다. 그러나 이는 지역 당국이 불편한 진실을 덮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진부한 설명에 불과했다. 1997년의 지역 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주 온탕에서 목욕 중이던 최 여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되어 있다. 그러나 짧고 거의 속삭이듯 덧붙여진 두 단락에는 구조대원들이 그녀를 인양하려 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저항'이 있었으며, 그녀의 피부에는 '비정상적인 마찰 흔적'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005년, 익명의 지역 주민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은 더 섬뜩했다. 모든 설비가 끊기고 창문마저 판자로 막힌 건물에서 한밤중에 '희미하고 축축한 무언가를 문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었다. 게시물은 소름 끼치는 관찰로 끝을 맺는다. "가끔, 안에서 피어나는 수증기가 숨을 쉬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모호한 공식 보고와 끈질긴 지역의 소문이 얽히면서 정동목욕탕은 미스터리한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과거 따뜻했던 공동의 공간이 이제는 차갑고 개인적인 공포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필자는 이처럼 기록되지 않은 진실들에 대한 조용한 집착에 이끌려, 정동목욕탕 뒤편의 녹슨 철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즉시 무겁고 축축한 콘크리트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알 수 없는 달콤한 향으로 가득했다. 헤드램프 불빛이 절대적인 어둠을 가르자, 거대한 타일로 뒤덮인 욕실이 드러났다. 한때 생기 넘치던 녹색과 흰색 타일은 이제 갈라지고 찌든 때로 얼룩져 있었다. 온탕과 냉탕은 바닥에 뚫린 해골의 눈처럼 텅 비어 있었으나, 바닥 가장 깊은 곳에는 정체불명의 탁한 물이 고여 있었다. 천장의 스팀 배출구는 먼지로 막혀 있었지만, 공기 중에는 묘하게도 차가운 불쾌한 습기가 감돌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딱딱한 표면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내 움직임 외에 아무 소리도 없는 깊은 침묵은 소리의 부재라기보다는, 마치 무언가 억눌린 기대감처럼 느껴졌다.

탈의실을 지나 샤워 부스와 공동 세신 공간으로 향할 때였다. 희미하고 주기적인 '스스륵, 스스륵'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작아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특정할 수 없었다. 마치 거친 수건으로 피부를 축축하게 문지르는 소리 같았다. 정밀한 소리 감지를 위해 조정한 지향성 마이크는 그저 주변의 잡음만을 기록할 뿐이었지만, 그 소리는 끈질기게, 지독히도 사적인 리듬으로 계속되었다.
최 여인이 사망했다고 알려진 온탕 주변을 지날 때, 필자의 열화상 카메라에는 주변 공기보다 7°C나 낮은 이상한 냉점이 포착되었다. 그곳의 공기는 더욱 조밀하고 무거웠으며, 거의 점액질처럼 느껴졌다. 필자는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타일에 완벽한 형태로 맺혀 있던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중력을 거슬러 위로 굴러 올라가더니, 이내 무거운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온탕 바닥에 고여 있던, 겨우 몇 센티미터 깊이의 탁한 물이 잔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균일하게 퍼지는 잔물결이 아니라, 탁한 중심부에서 정확하고 작은 동심원들이 퍼져나가는 모습이었다. 마치 수면 아래 무언가가 부드럽게 '톡' 하고 건드린 것 같았다. 물결은 생긴 것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사우나 입구 근처의 더럽고 깨진 거울에는 흐릿하고 왜곡된 형상이 언뜻 비쳤으나, 필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라졌다. '스스륵' 하는 소리는 이제 필자의 귓가 바로 뒤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점점 강해지는 한기와 끊임없이 들려오는 '스스륵' 소리에 이끌려 다시 온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닥에 고여 있던 웅덩이는 어느새 눈에 띄게 깊어져 있었고, 수면은 어둡고 불길하게 고요했다. 가장자리로 다가가자 온도가 순식간에 급강하하여 입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스스륵' 소리는 이제 탁한 웅덩이 안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필자가 쇠막대기로 받쳐 놓았던 욕실 전체의 무겁고 녹슨 출입문이 갑자기 굉음과 함께 쾅 닫히며 공간을 완벽한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방향 감각을 잃고 갇힌 필자는 헤드램프를 더듬었지만, 불을 켜기도 전에 온탕의 물이 격렬하게 휘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근원에서 솟아오르듯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둡고 탁한 물은 발목, 무릎, 그리고 허리까지 차올랐다. 공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증기로 가득 차 시야를 가렸고, 어떤 곳은 살이 타는 듯 뜨거웠다가 어떤 곳은 뼛속까지 시리게 차가웠다. 갑작스럽고 압도적인 힘이 뒤에서 필자를 밀쳐, 휘청거리며 빠르게 차오르는 물속으로 넘어졌다. 물은 이제 가슴까지 차올랐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몸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듯한 타는 듯한 한기가 필자의 사지를 덮쳤다. 강력하고 필사적인 손아귀가 필자의 발목을 움켜쥐더니, 충격적인 힘으로 끌어내렸다. 필자는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쳤고, 머리가 물속으로 잠기자 숨을 헐떡였다. 거칠고 단단한 무언가가 노출된 팔뚝을 끊임없이 긁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거친 천으로 피부가 벗겨지는 듯한 따끔하고 쓰라린 마찰감이었다. 필자는 얼어붙은 몸을 애써 움직여 미친 듯이 발길질했고, 마침내 발목을 풀어냈다. 미끄럽고 얼음장 같은 타일을 기어올라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을 빼냈다. 뒤편에서 물이 맹렬하게 휘저어지는 가운데 '스스륵' 소리가 광적으로 울려 퍼졌다. 필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채 출구를 더듬어 문을 어깨로 밀쳐 열었고, 바깥 포장도로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심하게 떨었다.
정동목욕탕 밖 축축한 콘크리트 위에 쓰러진 필자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 차가운 밤공기와는 상관없이 뼛속 깊이 스며든 냉기였다. 팔뚝이 욱신거렸다. 소매를 걷어 올렸다. 창백한 피부 위로 세 개의 선명하고 평행한 붉은 자국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거칠고 축축한 세신 수건으로 깊고 의도적으로 문지른 듯한 상처였고, 약간 물기가 배어 있었다. 강렬하고 끈질긴 통증이 타오르듯 아려왔다. 오래된 비누와 금속성, 그리고 희미하게 짠 내음이 필자의 몸에 들러붙어 침투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필자는 어둡고 고요한 건물을 뒤돌아보았다. 간신히 밀어 열고 나왔던 서비스 출입문은 이제 미묘하게 벌어져, 한 줄기 어둠이 보였다. 그 안에서 희미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뚝... 뚝... 뚝...'에 이어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스스륵... 스스륵...'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필자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팔의 상처는 물리적인 증거였고,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차가운 손아귀의 기억이나 쓰라린 상처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설이 섬뜩할 정도로 현실이었으며, 정동목욕탕 속 존재가 필자의 존재에 단순히 '반응'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와 필자를 '정화'하려 했다는 깊고 소름 끼치는 깨달음이었다. 필자는 피부에서 오래된 비누 냄새를 문질러 지우려 했지만, 이미 필자의 모든 모공에 스며든 듯했다. 몸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 묘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기, 아마도 영원히 필자를 떠나지 않을 냉기가 자리 잡았다. 필자는 세신이 계속될 것인지 궁금했다.

[ CLASSIFIED VERDICT ]
[접근 로그 - 원본 출처]
정동목욕탕은 손님 감소로 폐업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목욕 중 최 여인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구조대원들은 그녀를 인양할 때 '설명할 수 없는 저항'과 피부의 '비정상적인 마찰 흔적'을 발견했고, 그 후 버려진 목욕탕에서는 한밤중에 '축축한 무언가를 문지르는 소리'와 '숨 쉬는 듯한 수증기'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는 목욕탕에 남아있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방문객을 '세신'하려 한다는 도시 전설에 기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