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긋난 거울
오래된 아파트나 외딴 빌라에 떠도는 기묘한 소문이 있다. 자정 넘어 거울을 들여다보면, 아주 가끔, 거울 속의 내가 나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이야기였다. 혹은 내가 멈춰도 거울 속 나는 잠시 그대로인 채, 기이한 시차를 둔다는 것이다. 그저 미신이려니 했다. 오래된 건물들이 철거를 앞두고 텅 비어갈 때면 으레 생겨나는 씁쓸한 괴담 정도로 치부했다.
기록 작업을 위해 도심 외곽의 재개발 예정지를 찾았던 건 순전히 업무 때문이었다.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텅 빈 아파트 단지에는 어둠과 먼지만이 가득했다. 비상등마저 꺼진 복도를 더듬어 특정 호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낡고 거대한 벽걸이 거울이 하나 남아있었다.
카메라를 세팅하며 거울을 스쳐 보았다. 순간, 낯선 시선과 마주친 듯한 섬뜩한 감각이 스쳤다. 착각이라 여겼다. 조명이 어둡고 피곤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왠지 모르게 등골에 차가운 물줄기가 흐르는 듯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무심코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거울 속의 나도 똑같이 손을 올렸다. 완벽한 일치. 역시 피로감 때문이었을 거라 확신하려던 찰나였다.
내가 손을 내리자, 거울 속의 나는 한 박자 느리게 손을 내렸다. 아주 미세한 차이. 누군가는 눈의 착각이라 할 만한, 0.1초도 되지 않는 시차였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서 ‘소문’이라는 단어가 섬광처럼 번득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눈을 감았다 떴다. 거울 속의 나도 손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눈을 감는 순간, 거울 속의 나는 눈을 뜨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거울 속의 내 어깨에 닿는 시늉을 했다. 거울 속의 나도 똑같이 손을 들었다. 내가 손을 거울에 대자, 거울 속의 손 또한 거울의 표면에 닿았다. 그런데 내가 손을 떼자, 거울 속의 손은 그대로였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텅 빈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경악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울 속의 내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것은 내 얼굴이었지만, 내가 지을 수 없는 섬뜩한 미소였다. 거울 속의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나를, 마치 처음 보는 존재처럼 흥미롭게 관찰하는 듯했다.

등 뒤로 차가운 소름이 돋아났다.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카메라 장비도 챙기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달아났다.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폐허 같은 아파트의 비상구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그날 이후, 그 아파트는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가 앞당겨졌다. 그 안에서 미처 회수되지 못한 채 부서져 버렸을 낡은 거울이 간혹 떠오른다. 그리고 아주 가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움직이는 듯한 섬뜩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어쩌면 그 거울은…

[ CLASSIFIED VERDI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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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내가 나보다 먼저 움직이거나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는 괴담은 오래된 건물에서 종종 들려오는 도시 괴담이다. 거울이 영혼을 가두거나 다른 차원의 문 역할을 한다는 믿음과 연관되어 공포감을 조성한다. 특히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나 빈 집에서 목격담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