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부슈카 레이디의 미회수 필름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딜리 플라자의 참극을 기록한 세 편의 필름 속에는 기묘한 공통점이 하나 존재한다. 총성이 울려 퍼지며 사방의 군중이 바닥으로 엎어질 때, 엘름 스트리트 화단에 홀로 꼿꼿이 서서 카메라를 눈앞에 댄 채 끝까지 촬영을 지속한 여인, 이른바 ‘바부슈카 레이디’다. 그녀는 치명적인 마지막 탄환이 대통령을 관통한 직후 유유히 철도 조차장 방면으로 걸어가 군중 속으로 사라졌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수십 년간 그녀의 신원도, 그녀가 찍은 필름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2021년 기밀 해제된 FBI 내부 군수물류 원장(Record Series 104-10179-10042)에는 단 한 줄의 납득할 수 없는 수령 기록이 적혀 있었다. ‘달텍스 빌딩 지하 4호 별관 보관. 코닥 댈러스 현상소 비공식 처리 16mm 필름 1점.’
질산염 필름 보존 전문가 줄리언 핀치는 딜리 플라자 맞은편에 위치한 달텍스 빌딩 내진 보강 공사를 앞두고 지하 최하층 기록물 조사를 의뢰받았다. 1903년에 지어진 산업 창고 건물의 지하 3층은 현대 청사진에서 완전히 삭제된 구역이었다. 산화된 철 냄새와 눅눅한 석회 가루가 폐부로 들이치는 암흑 속에서, 핀치는 1960년대 생산된 사전트 앤 그린리프 사의 조작 방지 패들록으로 봉인된 주철 문을 발견했다. 다이아몬드 날 쇠톱으로 낡은 쇠사슬을 끊어내고 들어선 4호 별관은 전력을 공급받는 빈티지 제습기 덕에 소름 끼칠 정도로 건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방 중앙 선반에 놓인 무도장 납 용기 겉면에는 흑연 연필로 휘갈긴 식별표가 붙어 있었다. ‘대상: 관람자 04. 렌즈: 옵틱-크레덴스 35mm f/1.8. 상태: 미회수.’
핀치는 휴대용 검사 키트를 펼치고 면장갑을 낀 손으로 수동 뷰어에 16mm 흑백 필름을 걸었다. 이상한 것은 공간의 음향 물리학이었다. 엘름 가와 휴스턴 가의 교차로 바로 아래에 위치한 지하실인데도 지상의 육중한 트래픽 소음이 단 한 점도 전해지지 않았다. 손에서 미끄러진 강철 핀셋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지만 맑은 금속성 반향음 대신, 바닥에 깔린 벽돌이 소리를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둔탁한 파열음만이 고요를 갈랐다. 자신의 거친 호흡 소리만이 방 안을 메마르게 울리고 있었다.

루페를 눈에 밀착하고 크랭크를 천천히 돌리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감각이 솟구쳤다. 뷰어의 작은 백색광 속에 떠오른 프레임은 대통령의 리무진을 소름 끼칠 만큼 근접한 거리에서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사람의 손으로 들고 찍은 1963년 당시의 아마추어 필름이라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손떨림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프레임은 지면과 완벽한 수평을 유지한 채 유압 기계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더 기괴한 것은 리무진 범퍼의 크롬 도금에 맺힌 반사상이었다. 확대 루페의 초점을 맞춘 핀치의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범퍼에 비친 갈색 코트의 여인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양팔은 마치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코트 옆선에 힘없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렌즈는 여인의 눈이 아니라, 코트 흉부의 단추 구멍 사이에 금속 링으로 정밀하게 매립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렌즈는 리무진을 따라가지 않았다. 뷰어 속의 화면은 피격당하는 차 안의 사람들을 지나쳐, 길 건너편 군중 속에 섞여 선 특정 인물들의 얼굴을 일정한 속도로 번갈아 기록하고 있었다.
등 뒤에서 묵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바람 한 점 없는 밀실에서 주철 방화문이 완벽하게 기름칠된 경첩의 저항을 받으며 미끄러지듯 닫혔다. ‘철컥.’ 육중한 빗장이 저절로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등의 리튬 배터리 팩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며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뿜어냈다. 공기 중으로 옅은 화학물질 냄새가 번지기 시작했다. 질산염 화재 진압용으로 설치된 구형 할론 1301 소화 설비가 경보도 없이 무음으로 분사되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연기 없이 무색의 기체가 산소를 밀어내자 폐가 조여들며 핀치의 맥박이 귀밑에서 난폭하게 박동했다.

방화문에 달린 작은 철망 강화유리 창을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핀치의 발걸음이 굳어졌다. 문 너머 어두운 복도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낡은 포플린 코트를 단정하게 여며 입고, 턱밑에 머플러를 단단히 동여맨 여인의 형상이었다. 노파의 체구였지만 창살을 응시하는 그녀의 자세에는 노화로 인한 굳은 기색이나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여인은 말을 건네지도, 문을 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무광의 군용 광학 송수신기를 꺼내 유리창을 향해 들어 올렸다. 기계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장치가 푸른 빛을 발하는 순간, 핀치의 작업대 위에 놓여 있던 16mm 필름 스트립에서 치이익 하는 파열음과 함께 매캐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화유리를 투과한 보이지 않는 열파가 뷰어에 걸린 에멀션 층을 실시간으로 녹여내고 있었다.
산소 결핍으로 뇌관이 터질 듯한 두통 속에서 핀치는 묵직한 납 캔을 움켜쥐고 강화유리를 향해 내리쳤다. 유리는 갈라지지 않았지만, 충격의 반동으로 방 한구석 벽면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석탄 투입구의 안전 빗장이 덜컥거리며 풀렸다. 지하실 배수로로 통하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핀치가 납작 엎드려 투입구 속으로 몸을 던지려던 찰나, 배관 틈새의 어둠 속에서 가죽 장갑을 낀 손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핀치의 쇄골을 기계적인 압력으로 짓눌렀다. 뼈가 우그러지는 파열음과 함께 숨이 완전히 끊길 뻔한 찰나, 핀치는 주머니에 남아 있던 강철 핀셋을 쥐어짜듯 상대의 손목 관절 사이에 내리꽂았다. 살을 파고든 금속 끝에서 느껴진 것은 핏줄이나 근육의 질감이 아니었다. 팽팽하게 감긴 합성 섬유와 강철 와이어의 끔찍한 밀도였다. 비명도, 움찔거리는 고통의 반응도 없었다. 핀치는 외투가 찢어지는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틀었고, 3미터 아래 엘름 가 지하 우수관의 축축한 자갈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머리 위에서 석탄 투입구의 철문이 둔탁하게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새벽 3시 15분, 핀치는 트리플 언더패스 근처의 빗물 집수정을 밀어 올리고 도로 위로 기어 나왔다. 폐에 엉겨 붙은 부식성 할론 가스를 토해내며 의식을 잃어가던 그를 청소부가 발견해 구급차에 태웠다. 그러나 날이 밝은 후 현장에 출동한 시 당국은 달텍스 빌딩 지하에 4호 별관이라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1988년 인프라 정비 작업 당시 해당 구역은 콘크리트 슬러리로 완전히 메워져 어떠한 공간도 남아 있지 않다는 공식 문서만이 제출되었다.
현장에 남겨졌던 검사 도구와 주철 캔 속의 원본 릴은 완전히 소실되었다. 하지만 핀치의 방수 작업복 안주머니, 현장 노트 사이에 눌려 있던 단 일곱 프레임의 필름 조각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사설 암실의 확대기 아래에서 현상된 60년 전 코다크롬 필름의 은염 입자는 1963년의 딜리 플라자를 비추고 있지 않았다.
고해상도로 인화된 사진 속에 담긴 것은 방화문 바로 바깥, 4호 별관을 내려다보는 지하 복도의 전경이었다. 문틀 상단 벽등의 시선에서 촬영된 그 프레임의 타임코드에는 핀치가 지하실의 쇠사슬을 절단하기 정확히 4분 전의 시각이 찍혀 있었다. 그 플라자를 기록하던 존재는 단 한 번도 그곳을 떠난 적이 없었다.

[ CLASSIFIED VERDICT ]
[접근 로그 - 원본 출처]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당시 사방에서 총성이 빗발치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현장을 끝까지 촬영했던 미확인의 여인 '바부슈카 레이디'의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녀의 신원과 촬영된 원본 필름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수많은 음모론과 냉전기 감시 작전의 주체로 회자되고 있습니다.